오늘은 정말 마음 단단히 먹고 써 내려가야 할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과 관련된 슬픈 기사나 영화는 평소에 잘 못 보는 편이에요. 보고 나면 가슴이 너무 미어지고, 그 특유의 무거운 여운이 며칠이고 가시질 않아서 삶이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영화 '소원'도 그랬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도저히 극장에 가서 끝까지 볼 엄두가 안 나서 포기했었죠. 그러다 얼마 전 TV 영화 채널에서 우연히 방영해 주는 걸 보게 됐는데, 이상하게 중간에 채널을 돌릴 수가 없더라고요. 눈물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속은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단 몇 시간 동안 정말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영화를 감상 했는데, 처음 보았때 감정 그대로였습니다. 여전히 힘이 드네요.
취재에 눈먼 언론과 "내가 뭐 잘못했나"라는 소원의 대사가 남긴 흉터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치가 떨렸던 건, 사고 직후 소원이네 가족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였어요. 물론 영화적 각색이 들어갔을 순 있겠지만, 아이의 고통보다 오로지 '단독 취재'에만 몰두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악마 같더군요.
특히 기자들을 피해 도망치듯 몸을 숨기는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그 어린 소원이가 입 밖으로 내뱉은 "내가 뭐 잘못했나...?"라는 대사... 이 한마디에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나라 법과 사회는 피의자에겐 그토록 관대하면서, 정작 피해자는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 하는 건지 정말 치가 떨리고 화가 납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더라고요.
술 먹어서 기억 안 난다? 주취감경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정 판결의 실체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역시나 법정 판결문입니다. 피의자의 '알코올성 정신미약' 주장이 왜 판결에 영향을 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술을 본인이 기억 못 할 정도로 처먹었다고 해서, 본인이 저지른 그 추악하고 끔찍한 짓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내 정신이 내 몸을 지배하지 못했어도, 결론은 '너'라는 인간이 저지른 행동입니다. 한 가정을 송두리째 파괴한 범죄에 단 한 치의 선처나 감형이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음에도, 고작 12년형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을 때의 그 절망감... 영화 속 광식의 대사처럼 "네 새끼가 당해도 사고일 것 같냐?"라는 말이 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 주더군요.
절망의 끝에서 코코몽 탈을 쓴 아빠,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회복의 과정
그럼에도 이 영화가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사건의 잔혹함에만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응원으로 가족이 조금씩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아냈기에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빠 동훈(설경구 분)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딸을 위해 무더운 날씨에 코코몽 탈을 쓰고 땀을 뻘뻘 흘리던 장면... 그리고 그 노력을 아는 소원이가 탈 속 아빠의 땀을 닦아주던 장면에서는 정말 통곡을 했습니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런 고생쯤은 기꺼이 감내하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아릿해서 잊히지가 않네요.
실제 모델인 조두순은 이미 2020년에 출소했습니다. 출소 당시 지가 무슨 스타라도 된 양 뒷짐 지고 인터뷰하던 뻔뻔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뒷통수를 한 대 세게 후려 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피해자는 여전히 사회의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하는데, 가해자는 떳떳하게 활보하는 이 씁쓸한 현실이 언제쯤 바뀔까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혹여라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절대 '주취' 따위의 핑계로 선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 이 아픈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용기 내주신 소원이의 실제 주인공과 가족분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단순히 슬픈 영화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