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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워터스" 듀폰 PFOA, 20년 법정 투쟁, 기억해야 할 싸움

by truestoryMovie 2026. 2. 22.

솔직히 저는 영화 "다크 워터스"를 보기 전까지 제 주방 프라이팬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있는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테프론 코팅이 편리하다는 것만 알았지, 그 뒤에 숨겨진 20년간의 법정 투쟁과 은폐된 독성 물질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죠. 1998년 오하이오주 한 농부가 변호사를 찾아가며 시작된 이 실화는, 글로벌 대기업 듀폰이 PFOA라는 유해 화학물질을 수십 년간 비밀리에 사용하고 환경에 무단 방류했던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냅니다. 190마리의 소가 떼죽음을 당하고, 7만 명의 주민 혈액이 오염되었으며, 그 물질은 지금도 전 세계 인류의 99% 혈액 속에 남아있습니다.

듀폰이 숨긴 PFOA

변호사 롭 빌럿이 농부 윌버 테넌트로부터 받은 비디오테이프에는 끔찍한 광경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풀어 오른 쓸개, 검게 변한 치아, 기형으로 뒤틀린 발굽. 환경청 조사 결과는 '영양 부족'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농장 근처 듀폰 매립지에서 흘러나온 물을 마신 소들은 계속 죽어갔습니다. 롭이 듀폰 측에 자료를 요청하자 돌아온 건 수십 년 치 서류 더미였고, 그 속에서 발견한 수상한 용어가 바로 'PFOA' 또는 'C8'이었습니다.

PFOA는 2차 대전 중 탱크 방수 코팅을 위해 비밀리에 개발된 합성 화학물질입니다. 듀폰은 이것을 '테프론'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켜 프라이팬, 우비, 카페트, 화장품, 심지어 컵라면 용기에까지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이 인체에서 분해되지 않고 영원히 남는다는 점이었죠. 더 충격적인 건, 듀폰이 이미 1960년대부터 이 물질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생쥐 실험 결과 암 유발과 기형아 출산이 확인됐지만, 듀폰은 테프론으로 매년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진실을 은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윤리 경영을 강조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듀폰은 환경청 규제가 기업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한다는 맹점을 이용해 PFOA를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회의 자료에서 노출된 직원들을 '수용체'라고 표현한 대목은, 사람을 실험 도구로 취급했다는 증거였죠. 영화를 보면서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화가 나는 대목인데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소름이 돋습니다.

20년 법정 투쟁

롭 빌럿의 싸움은 1998년부터 시작되어 2017년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글로 쓰니 20년 단어 하나로 끝나지 그 세월의 무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처음 농부 테넌트가 찾아왔을 때, 롭은 기업 법무 변호사였기 때문에 개인 변호는 하지 않는다며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지인이라는 인연이 신경 쓰여 농장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목격한 현실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듀폰과의 소송은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습니다. 듀폰은 창고 가득 수십 년 치 서류를 보내 롭을 압박했고, 워싱턴 로비를 동원해 사건을 질질 끌었습니다. 롭은 네 번이나 연속으로 월급이 깎였고, 결국 스트레스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7만 명의 혈액 샘플을 모으고, 독립 연구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7년간 기다렸죠.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싸움이었을까요?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장면은, 2009년 최초 제보자인 농부 윌버 테넌트가 암으로 사망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는 돈이 아니라 듀폰의 처벌을 원했지만, 민사 소송의 한계로 손해배상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의 고독한 싸움이, 영화를 본 뒤에도 계속 제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2015년, 마침내 카렌 프랭크 박사로부터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PFOA는 신장암, 고환암, 갑상선 질환, 자간전증 등 6가지 중증 질병과 반박할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듀폰은 결국 3,535건에 대해 6억 7,070만 달러, 한화로 약 8천억 원을 배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듀폰의 연수익에 비하면 고작 며칠 치 수익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싸움

영화를 보고 나면 저처럼 주방에 있는 프라이팬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매일 사용하던 테프론 프라이팬이 누군가의 20년 사투 끝에 겨우 밝혀진 독성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죠. 더 무서운 건, PFOA가 이미 전 세계 인류의 99% 혈액 속에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한 기업의 탐욕이 지구 전체를 오염시킨 셈입니다.

저는 이 사건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롭 빌럿은 영화가 개봉한 2019년 이후에도 여전히 듀폰을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 사용하는 제품 속에 여전히 유해 물질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결국 돈으로 해결되니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롭 빌럿의 싸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PFOA의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았을 겁니다. 2004년 환경청이 듀폰에게 역대 최고 벌금을 부과한 것도, 2006년 듀폰이 PFOA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모두 롭의 고독한 투쟁 덕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싸움이었습니다. 그 누군가 덕분에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설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합니다.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갖고, 외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영화 속 판사가 롭에게 "아직 있었군요?"라고 묻자 그는 "아직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도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롭 빌럿 변호사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영화 다크워터스 포스터. 주인공이 차속에서 다급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차 창문에는 그를 주시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인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glttggNK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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