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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리언 달러 암" 비즈니스, 실패의 책임, 93마일의 기적

by truestoryMovie 2026. 3. 2.

요즘 저는 회사에서 신규 프로젝트 제안서를 쓸 때마다 자꾸 숫자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이 사람을 투입하면 인건비가 얼마고, 예상 수익은 얼마나 될까?' 하는 식으로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 사람을 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엑셀 시트의 셀을 보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밀리언 달러 암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밀리언 달러 암" 포스터. 주인공이 노을에서 한쪽 어깨에 외추를 걸치고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제 극장 개봉 포스터.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냉정함

영화 속 주인공 JB 번스타인은 스포츠 에이전트입니다. 그가 인도로 떠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크리켓을 하는 10억 명의 인구를 야구팬으로 전환하면, 10억 개의 모자와 티셔츠를 팔 수 있다는 계산이었죠. 이를 위해 그는 '밀리언 달러 암'이라는 선발전을 기획합니다. 여기서 '암(Arm)'이란 야구에서 투수의 어깨와 팔을 지칭하는 용어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신체 능력을 의미합니다. 즉, 이 대회는 인도 전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유망주를 찾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접근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비즈니스 세계에서 ROI(투자자본수익률)를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여기서 ROI란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재무 지표입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지난해 신입사원 멘토링을 맡았을 때, 저는 후배의 성장보다 '이 친구가 우리 팀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계산했거든요.

영화 초반, JB는 인도 현지 코치를 만나 "무료로 일하겠다"는 제안을 받고도 서면 계약서조차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계약서가 아니라 빠르게 결과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2024년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시장 규모는 약 1,450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Statista). 이처럼 거대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속도와 효율이 생명이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실패의 책임

링쿠 싱과 디네쉬 파텔, 두 명의 인도 소년이 미국에 도착합니다. 톰 하우스 코치는 이들을 보고 "6개월 안에 준비시킬 수 있겠냐"는 질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여기서 '준비'란 단순히 공을 빠르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MLB(Major League Baseball) 트라이아웃에서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 수 있는 수준의 투구 폼과 제구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3년 전 팀 프로젝트에서 신입 디자이너에게 3주 안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프로지"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제 욕심이었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저는 그 친구에게 "네가 준비가 안 됐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죠.

영화에서 첫 번째 MLB 트라이아웃 장면은 참담합니다. 링쿠와 디네쉬는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공을 사방으로 던집니다. 24명의 스카우트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뜹니다. 이때 JB가 내뱉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들이 실패한 게 아니라, 제가 실패한 겁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울컥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부하 직원이나 후배들에게 했던 질책들이 떠올랐거든요.

일반적으로 리더십 이론에서는 '코칭(Coaching)'과 '컨트롤(Control)'을 구분합니다. 코칭이란 상대방의 잠재력을 믿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고, 컨트롤은 결과를 통제하려는 방식입니다. 202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코칭 방식을 사용한 팀의 성과가 평균 27%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컨트롤' 쪽으로 기울까요?

93마일의 기적

영화 후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수석 스카우트 월터 샤피로가 두 번째 기회를 줍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JB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이제 비즈니스가 아니야. 즐겨라. 너희는 이미 야구 선수다." 톰 하우스 코치도 마운드에 오르기 전 링쿠에게 속삭입니다. "평생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잖아.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되는 꿈을 꿀 수 있어."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링쿠가 던진 공은 93마일(약 150km/h)을 기록했고, 스카우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습니다. 야구에서 93마일이란 메이저리그 평균 패스트볼 속도인 92~94마일 범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신인 투수로서는 충분히 프로 무대에 도전할 만한 수준입니다. 단순히 빠른 공이 아니라, 그 공에는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감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놓쳤던 건 '진심'이었다는 걸요. 작년에 한 후배가 퇴사하면서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배님은 항상 결과만 물어보셨어요. 제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는 한 번도 안 물어보셨죠."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제가 후배를 프로젝트 수행 도구로만 봤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링쿠와 디네쉬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크리켓이 아닌 야구를 더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야구는 제가 선택한 거예요." 누군가에게 강요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꿈이었기에 더 간절했던 겁니다. 저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억지로 하는 일과 진심으로 선택한 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실제로 링쿠 싱과 디네쉬 파텔은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가지는 못했고, 마이너리그에서 잠깐 활동한 뒤 은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의미 있는 이유는, 성공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을 대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KBO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야구장에 가면 저는 이제 투수의 구속만 보지 않을 겁니다. 그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진심 어린 응원이 있었을지 생각해 볼 겁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엑셀 시트의 숫자 대신,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려 합니다.

성공은 계산기 끝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의 심장 소리를 들을 때 시작된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여러분도 혹시 지금 소중한 사람들을 숫자로만 대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오늘부터라도 "어떤 이득이 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진짜 성공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JBFVc6g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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