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인플루엔서 나옥분 할머니와 원칙주의 공무원 박민재의 만남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입니다. 김현석 감독이 연출하고 나문희, 이제훈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코믹한 드라마 장르로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명진구청을 배경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갈등은 영어 수업을 매개로 깊은 유대감으로 발전하며, 결국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의 증언이라는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 위안부 피해자의 숨겨진 상처와 용기를 알아보고,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내어 증언하는 장면으로 본 의미와 공무원 박민재에게 나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면서 세대 간 연대로 이어지는 내용까지 담아 보겠습니다.
위안부 피해자의 숨겨진 상처와 용기
영화 속 나옥분(나문희)은 1932년생으로 명진구에서 '도깨비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민원 접수의 달인입니다. 그녀는 불법 주차부터 재개발 문제까지 동네의 모든 불법 행위를 민원으로 접수하며 구청 공무원들의 골칫거리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 뒤에는 지독한 외로움과 말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가 숨어 있었습니다. 옥분은 사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으며, 열세 살의 나이에 끌려가 겪었던 지옥 같은 고통을 평생 혼자 짊어지고 살아왔습니다.
옥분의 절친 정심(손숙) 역시 위안부 피해자로, 해외에서 증언 활동을 하던 중 통역사가 "우리들이 쌀밥을 먹고 싶어서 위안소로 기어들어갔다"라며 왜곡된 통역을 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에 분노한 정심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지만, 고령의 나이와 치매로 인해 더 이상 증언할 수 없게 됩니다. 정심이 금주 선생(김소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치매 증상이 심각해지는 모습을 지켜본 옥분은 친구를 대신해 진실을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개인적 복수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자 하는 피해자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한 영화 속 백미인 장면 중 하나는 옥분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배에 새겨진 욱일기 문양의 칼자국과 'いぬころ(개새끼)'라는 낙서를 드러내며 "내가 바로 증거예요"라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실존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 그리고 네덜란드계 얀 루프 오헤른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북한의 정옥순 할머니의 사례를 참고했습니다.
옥분이 청문회에서 "I'm Sorry, 그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라고 일본 측 의원을 응시하며 묻는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장치를 넘어 역사적 정의를 향한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어로 "너 바보냐? 더러운 돈 필요 없다고 전해! 당장 인정하고 사과해라, 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놈들아!"라고 일갈하는 모습은 피해자가 가해자 앞에서 당당히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 온전히 전달되어 주인공 발언과 함께 저도 분노와 함께 가슴 떨림을 느꼈습니다.
역사적 용기
옥분이 영어를 배우려는 진짜 이유는 해외에 입양된 동생 정남(데니스 옌)과 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민재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민재가 L.A에 있는 정남에게 전화했을 때, 동생은 "기억나지도 않고 만나기도 싫다"며 통화를 거부합니다. 이 사실을 옥분에게 직접 말하지 못한 민재는 7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핑계로 영어 수업을 중단하려 하고, 이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갈등이 생깁니다. 하지만 진짜 결정적 계기는 예림건설의 재개발 계획이 구청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발생합니다. 옥분이 민재에게 준 증거 자료가 파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옥분은 민재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를 표출하고, 민재 역시 "동생이 만나기 싫다고 했다"는 심한 말을 홧김에 해버립니다.
이후 옥분은 가게를 임시 휴업하고 정심의 병문안을 가는데, 치매로 인해 더 이상 증언할 수 없게 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울부짖습니다. 그때 기자가 찾아와 미국 하원 의원이 일본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HR121)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옥분은 정심 대신 자신이 증언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결정은 대대적으로 뉴스에 보도되고, 시장 사람들과 구청 사람들은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옥분은 어머니 무덤 앞에서 "욕봤다(고생했구나) 그 한마디를 안 하고 어쩜 그렇게 딸을 수치스럽게만 여기고 동생 앞날만을 막을까 봐 전전긍긍했냐"며 한탄하는데, 이 장면에서 저는 가족인 어머니로부터도 외면받은 옥분 할머니가 겪어야 했던 이중의 고통을 보여준 장면이라 가슴 한편이 아릿했습니다.
저는 옥분이 과거와 마주하는 당당함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친구 진주댁(염혜란)이 처음에는 옥분을 피하지만, 나중에 "우리가 같이 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런 사실을 왜 말해주지 않았느냐, 말했으면 내가 뭐라도 도왔을 것 아니냐"며 울면서 위로하는 장면은 침묵의 벽을 깨는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시장 사람들도 처음에는 옥분을 피했지만, 진실을 알게 된 후 워싱턴 D.C. 청문회에 갈 때 쓰라고 여러 물자들을 보내주며 지지를 표합니다. 혜정(이상희)도 사과의 뜻으로 자금을 보내주는 등 공동체 전체가 옥분의 용기에 화답합니다.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옥분은 한국말로 먼저 연설한 뒤 영어로 증언을 이어가는데, "일본군의 만행으로 꿈이 짓밟힌 수많은 소녀들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는 문장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집단적 기억을 대변하는 역사적 증언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대 간 연대
박민재(이제훈)는 1975년생으로 명진구청 민원봉사과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입니다. 원래 그의 꿈은 건축설계사였으나,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가세가 기울자 해외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어린 동생 영재(성유빈)를 책임지게 됩니다. 민재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옥분의 끊임없는 민원에 대해 "절차와 규정"으로 방어하며 초반에는 냉정한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옥분이 영재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보답으로 주 3회 영어를 가르치기로 약속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화합니다.
민재와 옥분의 첫 만남에서 민재는 옥분에게 하루 만에 latitude, longitude, biology, impeachment 등 20 단어를 외워 80점 이상을 맞혀야 영어를 가르쳐주겠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합니다. 옥분은 아깝게도 75점을 받지만, 영재의 중재로 결국 정식 영어 수업이 시작됩니다. 한가위에 옥분의 집에서 함께 전을 부치며 민재는 옥분이 영어를 배우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고, 동생에게 연락을 시도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만, 민재는 옥분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뉴스로 알게 된 후 수선집에 찾아가 사죄합니다. 이때 옥분이 민재에게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저는 용서와 화해의 따뜻함을 상징한다 생각되었습니다.
민재가 미국 하원 청문회장에 난입해 "How are you 옥분?"이라고 외치고, 옥분이 반사적으로 "아임 파인 땡큐 앤유?"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세대 간 연대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한 장면으로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민재는 옥분의 위안부 시절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며 청문회 참석을 돕고, 옥분이 증언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옥분의 위안부 여부에 의구심을 품고 반발하자, 민재의 격려가 옥분이 "Yes, I Can Speak"라고 대답하고 당당히 증언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청문회가 끝난 후 일본 측 의원이 "도대체 얼마를 원하기에 이 난리를 부리는 거냐"라고 망발하자, 민재가 주먹을 날리려다 옥분이 저지하고 일본어로 직접 대응하는 장면은 피해자 스스로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청문회 이후 민재가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주무관으로 임용되지만, 옥분은 여전히 "박 주임"이라고 부르는 모습으로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함께 산책하며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연설 일정을 이야기하고, 아베 신조 총리의 망언을 함께 비판하는 장면은 역사를 기억하고 계속 싸우는 연대의 지속성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옥분이 샌프란시스코 공항 입국 심사에서 "Of course"라고 당당히 대답하는 모습은 더 이상 숨지 않는 피해자의 승리이자, 민재와 함께 만들어낸 용기의 결실입니다. 영재가 했던 "할머니가 시장에서 왜 그렇게 오지랖 떨고 다니시는 줄 알아? 외로우셔서 그래"라는 말처럼, 저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옥분의 민원은 외로움의 표현이었구나라고 느꼈지만, 민재와의 만남을 통해 역사적 증언이라는 의미 있는 행동으로 승화시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
<아이 캔 스피크>는 코믹 드라마 장르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신파에 빠지지 않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수작입니다. 나문희의 연기는 대한민국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입증했고, 이제훈 역시 건축가의 꿈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된 민재 역을 설득력 있게 소화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침묵을 깨는 용기"와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옥분이 내민 용기의 손길을 우리가 맞잡고, 세대 간의 연대를 통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우리나라의 깊은 상처를 한 번씩 들여다보며 위로하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출처]
https://namu.wiki/w/%EC%95%84%EC%9D%B4%20%EC%BA%94%20%EC%8A%A4%ED%94%BC%ED%81%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