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제작된 한국 영화 <암수살인>은 실제 연쇄살인범 이두홍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암수(暗數)'란 인지되지 못한 것을 뜻하며, 영화는 피해자들이 단순 실종으로 처리되어 살해당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못한 암수범죄를 다룹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암수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작은 2017년 완료되었으나 쇼박스의 내부 문제로 개봉이 10개월 지연되어 2018년 10월에야 관객을 만났습니다. 주인공인 김윤석과 주지훈의 열연, 특히나 연쇄살인범 역할을 한 주지훈 배우의 눈빛과 표정이 정말 살인자인처럼 느껴져서 저는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또한 기존 범죄 스릴러와는 차별화된 서사 구조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실존 인물의 인격권 침해 논란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안고 있는 작품입니다. 실화 모티브와 영화적 각색의 경계점을 찾아보고, 두 배우의 대립 구도, 인권적 논란이 무엇이었는지 영화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실화 모티브와 영화적 각색의 경계
<암수살인>은 실제 연쇄살인범 이두홍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가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총 일곱 명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 살인은 신고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범죄였습니다. 형민은 직감으로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고 태오가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바탕으로 수사에 들어갑니다.
영화의 핵심은 "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 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는 대사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형민은 태오가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공소시효와 부족한 증거로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그는 아무도 찾지 않는 피해자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돈과 시간을 쏟아붓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 형사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사건이고 이미 묻힌 사건들에 왜 저렇게 집착을 할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사건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오는 쾌감도 느꼈는데 형사님도 단순히 비슷한 쾌감을 얻기 위해 사건을 쫓았을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형사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잡는 쾌감이 아니라 '소외된 진실'에 집중하려는 이유였습니다. 나라도, 나까지! 이 사건을 파헤치지 않으면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은 누가 알아주냐는 마음이 바탕이 되었던 집요함이었습니다.
흔한 시나리오처럼 가난한 형사와 사이코패스 범인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 꽤 잘 살지만 성격도 좋고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형사가 이미 체포된 범인의 추가 증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려 저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흔한 피해자의 감성팔이 신파극이 아닌 담담한 드라마와 범인의 증언이 진실인가 아닌가 하는 서스펜스, 그리고 서술 트릭을 통해 긴장감을 살려낸 점이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차별화된 접근으로 청룡영화상 각본상,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영평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실제 사건과의 차이도 존재하며, 영화 속 형사가 범인과 금전거래를 했다는 설정은 실제와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속 대립 구도
김윤석이 연기한 형사 김형민은 <암수살인>의 중심축입니다. 그는 범인에게 놀아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동료들의 비난과 수사 만류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형민의 모습에서 저는 회사 프로젝트 업무 중 데이터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너만 유난 떨지 마라"며 몰아세우는 동료들 사이에서 느꼈던 지독한 고립감과 자기 의심은 영화 속 형사의 외로움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제 성격이 집요하고 꼼꼼한 걸 어쩌겠습니까. 형사님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윤석의 연기는 제7회 대한민국 베스트 스타상 베스트 주연상, 제5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남우주연상, 제3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습니다. 평론가 이동진은 "상반된 방향으로 견인하는 두 배우 매력과 함께 뚜벅뚜벅 간다"라고 평했으며, 이용철 평론가는 "사건보다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을 찾는다. 그래서 감동적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크게 동의합니다.
주지훈이 연기한 범인 강태오는 흔한 싸이코패스 범인상을 넘어섭니다. 그는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섞어 형사를 농락하면서도, 관객에게는 어떤 부분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집니다. 주지훈은 이 역할로 제39회 청룡영화상 청정원 인기스타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배우의 대립 구도는 단순한 선악 구조가 아니라,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는' 형사와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 범인 사이의 심리전으로 확장됩니다.
"전략적인 믿음과 치밀한 의심의 조화"는 바로 이 두 캐릭터의 관계에서 극대화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대를 존중하며 받아들이되 그 이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김형민의 태도는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입니다.
자신만의 신념은 지키되 그렇다고 나 외에 다른 것들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불편해집니다. 신념과 유연한 태도야 말로 흔들리지 않고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모습처럼요.
인격권 논란과 영화의 사회적 책임
<암수살인>은 흥행과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인격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실제 모티브가 된 연쇄살인범 이두홍은 영화 개봉 전인 2018년에 자살했습니다. 제작은 2017년에 완료되었으나 쇼박스의 회사 내부 문제로 개봉 일정이 2017년 12월에서 10개월이나 밀려 2018년 10월에 개봉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미 이두홍이 사망한 뒤였습니다.
인격권 논란은 실존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영화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윤리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영화는 예술적 각색의 자유와 실존 인물의 명예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암수살인>의 경우, 형사가 범인과 금전거래를 했다는 설정 등 실제와 다른 부분들이 존재하며, 이에 대해 실제 형사는 "살인마와 금전거래 안 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손익분기점 200만 명을 개봉 7일차에 돌파했고, 15일 차에 300만 관객을 넘기며 비수기임에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누적 관객수 3,789,553명, 누적 매출액 32,998,321,048원을 기록했습니다. 개봉 1주 차에는 베놈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호평이 이어지며 2주 차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CGV 지수 95%, 네이버 기자·평론가 평점 8.14/10, 관람객 평점 8.58/10 등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관객 평점에서는 인격권 논란 때문에 점수가 조금 깎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는 '잊힌 존재를 향한 예의'에 관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이들을 위해 자신의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형사의 모습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실존 인물의 인격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영화가 남긴 "아무도 모르는 살인은 없다"는 메시지는 피해자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이들의 존엄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합니다.
<암수살인>은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1선에 선정되었고, 김성훈 평론가는 "성실하고 집요하며 정직한 형사영화"라고 평했으며, 송경원 평론가는 "무기교의 기교. '왜'를 제대로 짚으니 '무엇을'과 '어떻게'가 저절로 따라온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임수연 평론가는 "<추격자>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조디악>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실화를 다루는 영화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숙제도 함께 남겼습니다.
결론
<암수살인>은 실화 모티브의 무게감, 김윤석과 주지훈 배우의 탁월한 연기, 그리고 인격권 논란이라는 복합적 층위를 가진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는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왜를 짚어내는 집요함의 가치"와 "전략적 믿음과 치밀한 의심의 조화"는 영화가 남긴 가장 큰 교훈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살인은 없다는 메시지는 우리 삶 속 '암수적 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영화의 제목만 접했을 때는 살인사건을 쫓는 이야기니까 박진감이 넘치고 긴박하게 흘러갈 거라 예상했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찾고 쫓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긴박하게 흘러가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진중하게 흘러가는 매력있는 영화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namu.wiki/w/%EC%95%94%EC%88%98%EC%82%B4%EC%9D%B8